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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돌 맞아도 간다”던 尹, 국회도 피하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입력 | 2024-11-04 23:30:00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가 대독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11년 만에 처음이다. 알려진 다른 공식 일정도 없었다. 올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때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향한 조롱 야유가 쏟아지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도록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불참 이유에 대한 해명도 없다.

대통령 시정연설은 과거에는 임기 중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하고 다음 해부터는 총리가 대독하곤 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이래 관례로 굳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자신의 탄핵이 거론될 때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 윤 대통령이 얼마 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남 뒤에 ‘돌 던지면 맞아도 간다’고 한 말은 어디로 갔는가.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 정도가 두려워 국회에 못 간 건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앞에 두고 훈시하듯 하는 자세를 취한다고 위엄이 서는 게 아니다. 반대로 대통령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 정도 받는다고 위엄이 훼손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위엄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에서 나온다. 그런 사람만이 상대편의 조롱과 야유를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 야당이 국회에 시정연설하러 온 대통령을 향해 도를 넘는 행패를 부리면 국민이 그에 맞게 평가하지 않겠는가. 인기가 없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반대로 대통령에게 국민은 그들이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아도 국민이다. 말로만 국민을 믿고 간다고 하고 실제로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다가 지지율 10%대(한국갤럽 조사)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미를 방문한다. 출국까지는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은 해외 순방을 다녀와 이달 하순에나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가 돌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7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결과 등을 본 뒤 입장을 밝히려 했다가 여권 내 기류, 여론 흐름 등이 심상치 않자 계획을 바꾼 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했으나 엄청난 세수 결손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연금 의료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을 역설했으나 낮은 지지도 때문에 공허하게 들렸다. 시정연설대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국정이 어느 것 하나 쉽겠냐마는 대통령이 자신과 주변의 일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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