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축제 ‘BBC 프롬스’ 내달 2~8일 서울롯데콘서트홀서 예술감독 피카드 “악장 사이에 박수 치면 어떠냐, 상관 안 해”
올해로 임기를 마치는 BBC 프롬스 예술감독 데이비드 피카드. 그는 “음악축제는 한 사람이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와 해결책, 창의성을 모두와 공유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BBC 프롬스는 ‘최고의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창립 모토를 따릅니다. 이런 축제의 중요한 요소들을 스냅숏(순간 포착 사진)처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데이비드 피카드 BBC 프롬스 예술감독)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가 한국을 찾아온다. 12월 2∼8일 8개 프로그램으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다. BBC 프롬스는 1895년 시작돼 5200여 석의 대형 콘서트홀인 로열앨버트홀을 비롯한 곳곳에서 공연이 진행되며 TV와 라디오를 통해 송출된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호주 멜버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도쿄 등에서 이 축제의 콘셉트를 적용한 해외 BBC 프롬스가 열렸다.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라이언 위걸즈워스 지휘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SO)가 12월 2일(협연 첼리스트 한재민), 8일(협연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바리톤 김태한)에 무대를 꾸민다. 6일엔 같은 악단이 중심이 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 7일엔 이 악단 수석급 연주자와 한재민이 출연하는 실내악 무대가 열린다.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블랭크의 공연(3일), 자라섬 재즈 나잇과 보컬리스트 리즈 라이트 콘서트(4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지윤, 최하영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5일) 무대도 마련된다.
그는 ‘음악 축제에선 악장 사이의 박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콘서트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모차르트도 이런 일이 생기면 좋아했죠.”
지난여름 BBC 프롬스에 데뷔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연주자’라고 영국 언론을 통해 평가했던 그는 “임윤찬은 나이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숙함을 보였다. 그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미래가 펼쳐져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피카드 감독은 영국 BBC 프롬스에서 유색인종 오케스트라인 치네케 오케스트라를 데뷔시켰고 여성 지휘자와 작곡가의 비중을 늘렸다. 그는 “축제에서 우리가 선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롬스 감독이 되기 전 오페라 페스티벌인 글라인드본 페스티벌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감독을 지낸 그는 올해 BBC 프롬스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며 “1986년 첫 직장이었던 로열 오페라단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었다. 다시 서울에 오는 것은 경력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감회를 표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