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번씩 찾아가 교육-말벗 구매자 상당수 4050대 자녀세대 건강식 정기배달 서비스도 인기
대교그룹의 인지 케어 서비스 ‘대교뉴이프’ 상담사가 시니어 가정을 방문해 인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교그룹 제공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임모 씨(65)는 얼마 전부터 시니어용 교원 구몬 학습지를 신청해 1주일에 20분씩 영어와 한자 과목을 학습하고 있다. 임 씨는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할 기회가 줄었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1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와서 공부도 도와주고 말동무가 되어줘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독립하며 심리적 공백을 느끼는 부모를 위해 자녀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언택트(비접촉) 효도’ 서비스 상품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임 씨의 학습지를 신청한 사람도 아들 김모 씨(33)다. 김 씨는 “2년 전 결혼하면서 독립해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 때문에 외출을 자주 못 하시는 어머니가 말벗이라도 삼으실 수 있도록 고령자 전용 학습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임 씨가 구독 중인 방문 학습지 월 수강료는 6만∼7만 원 수준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방문 선생님이 학습 관리와 정서적 관리까지 하는 것이 시니어 학습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니어를 위한 건강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는 언택트 효도 상품 중 하나다. 현대그린푸드는 올 9월 고령층을 대상으로 일반식보다 부드러운 케어푸드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상품 구매 고객 중 40%가량이 고령층 부모를 둔 40, 50대 자녀들”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부모의 주거 환경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공지능(AI) 패밀리 케어’에는 평소 사용자(부모)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 발견 시 자녀에게 즉각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가 포함됐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정수기로 물을 마시는 등의 일상 패턴이 발생하지 않으면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시니어 인구를 위한 원격 돌봄 서비스 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지난해 110억 달러(약 13조7500억 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원격 돌봄 서비스 시장이 올해부터 연평균 16.5%씩 성장해 2030년엔 322억 달러(약 44조28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시니어들은 과거와 달리 핵가족으로 인한 고립감에 노출되기 쉽다”며 “17년 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고립된 시니어’를 정신적·신체적으로 돌볼 수 있는 원격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