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신도시에도 프랜차이즈 우후죽순 ‘쁘띠성형’ 유행, 남성이용자도 증가
“오후 6시에는 사람이 붐벼서 시술을 받으려면 20, 30분 넘게 대기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반. 경기 고양시의 한 피부과 진료 의원 대기실에는 여성 5명이 마스크를 쓴 채 시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5분가량 기다리니 여성 2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대부분 20, 30대로 보였는데 단골인 듯 자연스럽게 접수하고 대기실에 앉았다. 일산 신도시에 위치한 이 곳은 전국 곳곳에 지점을 둔 미용 프랜차이즈 의원 중 하나다. 동아일보 기자가 “두드러기 진료를 볼 수 있느냐”고 하자 “피부과 전문의에게 가는 게 좋겠다. 건강보험 급여 진료는 안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피부질환을 보지 않고 미용의료만 하는 의원은 2010년대까지 ‘미용의료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등의 형태로 수도권 신도시 인근에도 우후죽순 생기는 모습이다. 일산 신도시에 있는 정발산역 주변에만 22곳의 미용의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미용의료 의원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배경에는 퇴근 후 간단히 받을 수 있는 ‘쁘띠성형’의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지방흡입, 코 성형, 쌍꺼풀 수술 등 회복 기간이 며칠 걸리는 미용시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필러, 보톡스, 리프팅 등 당일에도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한 시술이 많다. 교보증권은 2022년 펴낸 보고서에서 “외과적 수술에 비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시술 시간과 회복 시간이 짧으며, 흉터가 적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쁘띠성형 인기의 이유를 분석했다.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젊은 남성 중에도 미용의료를 이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역 금융회사에 다니는 남성 이모 씨(29)는 “외모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집 근처에서 꾸준히 피부과를 다니는 남성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미용의료 의원 상담 직원도 “요즘 성별 구분은 크게 없다. 남녀 불문하고 탄력이나 재생을 위한 시술을 하러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제모 등 특정 미용의료에만 특화된 의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중구 서대문역의 한 미용의원은 ‘남성 수염 제모만 한다’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 중인데 평일 정장을 입은 남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강남구와 마찬가지로 신도시 미용의료 의원은 늘었지만 피부 질환 등으로 급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5년째 일하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턱에 발진이 생겨서 집 근처 피부과를 찾았는데 피부 질환 진료를 안 한다고 해서 회사 근처 피부과 진료 의원에서 약을 받았다. 그런데 2주째 낫지 않아 다시 보니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어서 다시 수소문해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