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이유로 그동안 징수 예외 외국인 근로자 등 고소득자 늘고 투잡 직장인 증가 등에 부과 검토 “건보 손실, 일용직에 전가” 지적도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5000만 원 이상을 버는 일용직 근로자 수는 2021년 21만4000여 명에서 2023년 33만8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고소득 일용직 근로자가 늘자 정부가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에 건강보험료를 책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용직 근로자는 법적으로 건보료 징수 대상이지만 정부는 ‘취약계층의 소득’이라는 이유를 들며 관행적으로 예외를 인정해 왔다.
● 건강보험 재정 추가 확보 위해 검토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일용근로소득이 연간 10조 원 가까이 되면서 ‘건보료 부과 면제’가 정당한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적 외국인 가입자의 경우 걷은 보험료는 8103억 원인 반면 급여비는 8743억 원으로 64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일용근로소득에 대한 건보료 미부과가 탈세 용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건보공단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건설 사업장에서 일용근로소득으로 5억5695만 원을 신고한 한 외국 국적자는 건보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최저보험료인 월 1만9500원만 냈다. 만약 일용근로소득 전체에 보험료를 매겼다면 월 164만 원 이상을 더 내야 했다. 이처럼 과도한 일용근로소득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는 사업장에서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일용직 근로자에게 돈을 더 많이 준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투잡’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도 일용근로소득 부분에 대해선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데 이를 두고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건보료 부담 완화 추세 어긋나”
다만 정부가 최근 2년 동안 건보료율을 올리지 않고 지역가입자 차량에 매기던 건보료를 폐지하는 등 부담을 완화하는 기조를 유지해 온 것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의 1인당 일용근로소득은 2021년 865만 원, 2022년 938만 원, 2023년 984만 원으로 늘긴 했지만 여전히 월 100만 원 미만이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보 부담을 늘리든 줄이든 형평성 있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일용직 근로자에게 건보료를 내도록 하겠다는 건 의료공백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건보 손실을 저소득층이 많은 일용직 근로자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