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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시신 훼손’ 군 장교 구속…“미안하지 않나” 질문에 침묵

입력 | 2024-11-05 14:44:00


강원 화천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의 현역 육군 중령(진)이 5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5 ⓒ News1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구속됐다.

5일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받는 육군 중령(진급예정자) A 씨(38)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갖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날 A 씨는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채 춘천지법에 들어섰다. 그는 “피해자와 무슨 관계냐”, “미안하지 않나”, “화천에 왜 유기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없이 지나쳤다. 영장실질심사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끝났고, A 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군무원 살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육군 중령 A 씨가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춘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피해자 B 씨(33)와 같이 근무하던 경기 과천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 안에서 B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같은 날 오후 9시경 사건 현장 인근 철거 공사장에서 흉기로 B 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날 오후 9시 40분경 강원 화천군 화천읍 북한강에 유기했다.

2일 오후 시신 일부가 북한강 위에 떠올라 주민이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문 감식과 DNA 감정을 통해 B 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폐쇄회로(CC)TV 분석,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또 시신이 담긴 봉지를 묶은 테이프에서 A 씨의 지문을 확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3일 오후 7시 12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B 씨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B 씨의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남은 근무일수에 대해 ‘휴가로 처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B 씨의 가족과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강원경찰청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A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