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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린 ‘HUG 불공정약관’

입력 | 2024-11-06 03:00:00

‘사기 임대차계약, 보증 취소’ 규정
세입자 잘못 없어도 보증금 못받아
공정위 “고객에게 불리” 시정 권고



사진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 분양 관련 사무실 모습. 2023.04.30. 뉴시스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임대보증금을 대신 갚아주지 않아도 되게끔 규정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불공정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를 비롯해 HUG의 다른 불공정 약관도 시정하기로 했다.

5일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 을 심사해 수정·삭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건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HUG가 보증을 취소하고, 보증채무 이행 신청도 거절한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그간 HUG는 이 조항을 근거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증을 이행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를 한 1명에게 임차인 150여 명이 전세보증금 190억 원을 떼였는데도 HUG가 보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차인 잘못이 없는데도 임대인 귀책사유만으로 보증을 취소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중대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도 판단했다.

시정권고를 받은 HUG는 문제가 된 조항을 60일 안에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HUG는 개인임대사업자뿐 아니라 법인임대사업자, 개인 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 상품에도 유사한 조항을 넣어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수정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약관이 바뀌더라도 이미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