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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만에 제자리 찾은 ‘불교미술 백미’

입력 | 2024-11-06 03:00:00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복원
일제강점기 무단 반출 후 떠돌다… 작년 원주시로 돌아와 복원 작업
고려시대 대표적 석탑으로 꼽혀… 12일 기념식 열고 문화예술 행사



복원 공사를 마치고 완전체의 모습을 갖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12일 복원기념식이 열린다. 원주시 제공


지난해 112년 만에 강원 원주로 귀향한 국보 제101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복원 공사를 마치고 완전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원주시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7월 시작한 지광국사탑의 복원 공사를 4개월 만에 완료하고 12일 복원기념식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날부터 일반인들도 지광국사탑 관람이 가능하다.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자리 잡은 지광국사탑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가 조립 공사를, 원주시가 주변 정비 공사를 맡았다. 완성된 탑의 높이는 5.39m, 무게는 24.6 t이다.

진도 7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면진(免震) 설계를 반영했고, 탑이 지닌 원형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존 처리와 복원을 진행했다. 레이저 세척법 등 과학적인 보존 처리 방법과 전통 기술을 지닌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도상 및 문양 연구, 복원 석재의 산지 연구 등 여러 분야의 공동 연구가 수반돼 복원이 완성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광국사탑은 승려 지광국사 해린(984∼1070)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고려시대의 대표적 석탑이다. 평면 사각의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빼어난 장식으로 가장 개성 있고, 화려한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굴곡진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원주 법천사지에서 처음 반출된 뒤 서울 명동, 일본 오사카를 거쳐 서울 경복궁 경내에 자리 잡고 있다가 보존 처리를 위해 2016년 해체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옮겨졌다. 6·25전쟁 때는 폭격을 맞아 파손되기도 했다.

2020년까지 보존 처리가 완료됐고, 지난해 8월 33개 부재(部材) 가운데 31개가 고향인 원주로 돌아왔다. 나머지 부재 옥개석과 탑신석 등 2개도 최근 원주로 귀향해 복원에 사용됐다. 12일 오전 10시 반 열리는 복원 기념식에서는 지광국사의 일대기를 다룬 음악극 ‘시절 인연’이 식전 공연으로 펼쳐진다. 기념식에 이어 시민과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원주시는 지광국사탑의 귀향과 복원이 해외로 무단 반출된 석조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은 역사적인 첫 사례인 만큼 지광국사탑이 원주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역사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지광국사탑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라며 “이후에도 우리 고장을 떠난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