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햇볕. 허허 좋네예.”
―이창동 ‘밀양’
“아저씨, 밀양이란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남편을 잃고 밀양에 정착하려 아들과 함께 내려온 신애(전도연)는 고장 난 차를 고쳐준 종찬(송강호)에게 밀양의 뜻을 묻는다. 하지만 종찬에게 밀양은 ‘경기가 엉망이고, 한나라당 도시고, 부산이 가깝고, 인구는 많이 준’ 그런 동네다. 그에게 이름의 뜻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사는 동네일 뿐.
신애가 그 뜻을 종찬에게 알려준다.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 그러자 종찬은 그제야 자신이 살던 동네의 이름이 그런 뜻이었다는 걸 알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한다. “비밀의 햇볕. 좋네예.”
종교를 저주하고 피폐해 가는 신애를 구원해 주는 건 과연 뭘까. ‘밀양’은 그것이 종찬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늘 옆에 있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들지만 그렇기에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존재들.
혼자 머리를 자르려는 신애에게 종찬이 거울을 들어줄 때, 카메라가 틸다운 되며 바람에 날려 바닥을 뒹구는 머리카락과 음지에 버려진 것들을 비추는 햇살을 담은 엔딩이 긴 여운으로 남는 이 작품은 묻는다. 당신의 밀양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또 당신은 누군가의 그런 존재가 되고 있는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