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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린벨트 풀어 수도권 아파트 5만 채”… 지금 속도론 그림의 떡

입력 | 2024-11-05 23:24:00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12년 만에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서초구 서리풀지구에 주택 2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경기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km 이내 지역 3곳에도 3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내년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는 공급 시간표도 내놨다. 내년 상반기에도 수도권에 3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대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 당장의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예상으로도 입주까지 최소한 7년이 걸린다.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 후 입주까지 10년 안팎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공급 확대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졌으니 시장이 기다려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겠지만 정부 약속만 믿고 있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과거 신도시 사업 등을 보면 예정 시간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3기 신도시는 최초 입주 시점이 2025년 상반기였는데 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1, 2년 늦춰졌다. 17만4000여 채 중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물량은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공공분양 아파트 10곳 중 6곳은 올해 7월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정부가 사업 전 과정을 꼼꼼히 챙기면서 공급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전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만7000채로 추산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6년에는 8000채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공급대책과 함께 비교적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통과를 위해 정부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아무리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집값 안정은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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