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피부과 의원 5곳 중 3곳이 소아의 피부 질환을 진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피부과 진료를 하는 의원 445곳에 만 3세 아이의 두드러기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하니 256곳(57.5%)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의원은 5곳당 4곳이 피부 질환을 진료하지 않았다. 이런 병원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질환을 진료하는 대신 보톡스나 레이저 등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미용 의료만 한다.
진료 과목에 피부과를 내걸었지만 발진이나 아토피도 치료하지 않는 탓에 허탕을 치고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동네 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발바닥 티눈을 치료하려고 환자가 대학병원을 찾고,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급할 때 갈 수 있는 피부과 진료 의원’ 명단을 공유하는 실정이다. 성형외과도 다르지 않다. 강남구보건소 조사 결과 손상된 신체를 복원하는 재건 수술이 가능한 건 5곳 중 1곳뿐이었다. 이런 현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남 밖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사실상 거부하는 건 의료윤리 차원에서도 용납되기 어렵다. 환자들 사이에선 ‘이런 병원은 차라리 미용실이나 뷰티숍 간판을 다는 게 마땅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를 모두 의사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급여와 비급여 의료비의 심각한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의사가 얼굴 전체 필러를 2명에게 시술하면 아픈 아이들 70∼80명을 종일 진료한 것과 수입이 맞먹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들마저 미용 시술에 뛰어들고, 필수의료를 맡을 의사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