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정부 겨냥 몸값 높이기 포석 국방부 “북한군 1만명 러 전선 이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측근인 최선희 외무상(장관급)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러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4일(현지 시간) 예고 없이 깜짝 면담했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두고 양국 간 밀착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 차기 미 정부를 겨냥해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하겠다는 ‘몸값 높이기’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러시아 관영매체인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실무 방문 중인 최선희 외무상을 맞이했다”며 1분 16초 분량의 면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최선희는 푸틴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 어리고 따뜻한 우호적인 인사를 전달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그의 일이 잘되길 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면담일이 러시아의 공휴일인 ‘국민 화합의 날’이라며 “휴일에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전통”이라고도 했다. ‘국민 화합의 날’은 러시아 전신인 모스크바 대공국이 1612년 11월 모스크바를 점령했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군대를 몰아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 만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단행한 북한과 공동 전선을 형성해 조기 승리를 얻어내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재 상태에서 동결(凍結)하자고 나설 수 있는 만큼 북-러 혈맹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만 명 이상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가 있다”면서 “상당수가 (러시아 내 격전지인)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리투아니아의 비정부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외만 대표는 앞서 지난달 25일 발생한 교전에서 이미 북한군 약 10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