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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가정 돕는 의사선생님 “명의보다 ‘따뜻한 이웃’이고파” [따만사]

입력 | 2024-11-07 12:00:00

“5식구 월세 단칸방살이 어린 시절 생각나”
경기 광주시 연세Y재활의학과의원 김형빈 원장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클럽’



연세Y재활의학과의원 김형빈 대표원장


경기도 광주시 연세Y재활의학과의원 김형빈 대표원장은 햇수로 5년째 광주 지역 내 저소득층 및 빈곤가정 아동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김 원장이 근무하는 연세Y재활의학과의원과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2020년 7월부터 지역사회 아동 통합지원 캠페인인 ‘Y with 아이’ 캠페인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저소득 가정 아동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Y with 아이’ 캠페인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의 빈곤가정아동 지원 사업기금, 월 10만원의 보건의료지원 사업 정기후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 원장은 기부를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1년 4월, 굿네이버스 특별회원모임 ‘더네이버스클럽’에 등재됐다.

지난해에는 광주시내 5개 초등학교 아동들을 대상으로 희망 장학금 지원, 교육지원청 추천 학대피해아동쉼터, 그룹홈 등 아동보호시설 필요물품 지원, 저소득위기가정 아동 7명 대상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Y with 아이’ 캠페인을 통한 지역 아동보호시설 대상 물품지원 전달식.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후원 계기 된 어려웠던 어린 시절

김 원장이 후원을 하게 된 데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큰 계기가 됐다.

그는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아주 어려웠어요. 부모님과 동생들까지 다섯 식구가 월세 단칸방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사는 친구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미 체감을 했다고 할까요? 옷이나 책을 살 돈도 없어서 친척들 신세를 지기도 했었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노력을 거듭하다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더군요”라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이후 장애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치의로 활동하게 된 김 원장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선수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예전의 저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심지어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에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게 됐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을 바꿔보고자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라를 위해서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 친구들을 개인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죠.”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들과 가정 내 아동학대가 급증했다는 보도를 접한 김 원장은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김 원장은 “육체적인 어려움은 의사로서 제가 직접 도울 수 있겠지만, 사회적, 경제적, 정신 심리적인 부분은 직접 돕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쪽 분야에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기관을 찾아보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에 진행된 김형빈 회원(왼쪽) ‘더네이버스클럽 등재식’.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후원 루트로 선택한 ‘굿네이버스’

후원할 방법을 찾아보던 김 원장의 선택은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였다.

김 원장은 후원 루트로 굿네이버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후원을 결심하고 알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아동 복지 및 후원 가능 기관들이 꽤 많이 있더군요. 모든 곳에 다 후원해드리면 좋겠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가장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후원금을 집행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보게 됐고, 여러 기관들 중 굿네이버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회복지단체들은 후원금, 기부금 중 많은 부분을 운영 경비로 활용하고, 일부 남은 금액만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굿네이버스는 제 약소한 후원금 거의 전액을 제가 돕고자 하는 어려운 친구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더군요. 그러다보니 활동 경비, 운영 경비가 부족하실 것 같아 오히려 제가 걱정될 만큼 감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후원을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굿네이버스 특별회원모임 ‘더네이버스클럽’에 등재된 것에 대해서도 “저 대신 어려운 친구들을 열심히 찾아서 후원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는데, 오히려 ‘더네이버스클럽’에 등재까지 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더욱 더 솔선수범해달라는 응원과 격려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에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더네이버스클럽’ 운영은 단순히 ‘많은 금액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보다는 또 다른 나눔으로의 확산이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김 원장님처럼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으신 분들이 이런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이를 통해서 ‘아직 우리 지역에 어려운 이웃이 많구나’, ‘나도 적은 금액이라도 동참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눔이 더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Y with 아이’ 캠페인을 통한 주말비대면식사지원사업 기금 전달식.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명의’보다는 ‘한 명의 따뜻한 이웃’이고파”

김 원장은 자신이 ‘명의’보다는 ‘한 명의 따뜻한 이웃’이 되기를 더 원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로서 제일 행복한 순간은 불편하신 환자분들을 잘 치료해드리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들을 때입니다. 후원자로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 소소한 후원으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못 할 테지만, 그 친구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힘이 돼주고자 하는 한 명의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후원을 받은 아이들의 부모, 혹은 담임교사 등이 김 원장에게 감사 서신을 전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 김 원장의 보람은 더욱 커진다. 그는 “그 학생이 어떤 처지였는지, 그리고 후원을 통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피드백을 주시는 부분들을 보면 훨씬 더 많은 보람이 느껴집니다”라며 흐뭇해했다.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기부’”
김 원장은 기부를 시작하기 전과 후로 본인의 삶에 가장 달라진 부분이 ‘삶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삶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매기느냐는 누구나 다 다르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최신 의료 지식을 가지고 치료를 잘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옆에 누군가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게 더 크게 와 닿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딸들에게 아빠, 엄마가 꼭 필요한 것처럼, 그 아이들에게도 아빠, 엄마처럼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할 거예요. 그 역할을 일부라도 나눠 짊어짐으로써 제 인생이 좀 더 의미 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부는 제 인생에 의미와 가치가 필요 없어질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에요. 바꿔 말하면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일 것입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Y with 아이’ 캠페인을 통한 희망 장학금 전달식. 사진=굿네이버스 제공

끝으로 기부에 대한 마음은 있지만 실천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김 원장은 이런 조언을 남겼다.

그는 “아마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은 당연히 있으실 것입니다. 저도 후원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지 않을까’, ‘소액이라 별로 표시가 안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실천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기부나 후원에 있어서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와 후원을 통해 내 인생이 더욱 더 가치 있어지고, 뿌듯한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기쁨은 정말 훌륭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