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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근무하던 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범행 직후에도 태연하게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38)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경기 과천시 소재 한 군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옷가지로 덮어놓고 차량을 빠져나온 뒤 태연하게 근무를 이어간 A씨는 퇴근 후 오후 9시께 부대 인근 건물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그를 목격한 공사장 관계자는 “나갔다 들어오니 차 한 대가 있어서 뭐냐고 물으니 ‘주차하면 안 되느냐’고 그러더라. 안된다고 나가라고 했더니 차를 뺐는데, 그 안에 물체가 하나 있긴 있더라”고 증언했다.
A씨가 시신을 훼손한 건물은 철거가 예정돼 이미 일부 공사가 진행된 상태였으나 A씨는 직접 준비해 온 도구들로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이 A씨 검거 이후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건물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돼 결정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A씨는 범행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9시40분께 강원 화천군 북한강변에 범행 도구와 시신을 유기했다. A씨는 10여년 전 강원 화천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후에도 그는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반응까지 꾸몄다. 지난달 27일에는 피해자 B씨의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휴가 처리해달라”며 결근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뒤에도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며 일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완전범죄를 꿈꿨던 계획은 이달 2일 시신 일부가 물에 떠오르는 변수가 생기며 무산됐다.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까지 넣고 테이프로 밀봉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지만, 시신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가스와 화학반응에 따른 삼투압 현상으로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지문 감식과 DNA 분석을 통해 피해자 B씨의 신원을 확인,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시신 발견 하루 만인 지난 3일 오후 7시12분께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씨를 검거했다.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A씨를 구속한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법원은 지난 5일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