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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바다에 황금빛 비가 내린다”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입력 | 2024-11-06 17:18:00

용인 향수산 은행나무 숲길 단풍 트레킹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은행나무는 침엽수일까요. 활엽수일까요?”

5일 오후 경기 용인 에버랜드 정문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신원리 향수산. 14만여 제곱미터(4.4만평) 부지에 은행나무 약 3만 그루가 심어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군락지다. 숲 전체의 땅바닥이 온통 노란색 단풍이 바다를 이루고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황금빛 비가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식물 유튜브 ‘꽃바람 이박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컨텐츠그룹장은 잎이 넓은 은행나무를 활엽수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은행나무는 침엽수”라고 대답했다.


“은행잎을 들고 하늘에 한번 비춰보세요. 세로로 가는 선들이 보이죠? 원래 침엽수였는데 사이가 붙어서 넓은 잎모양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현존하는 식물 중 ‘살아있는 화석’으로 취급받는 은행나무는 오직 1종 1속 1과 1목 1강 1문만이 존재하는 희귀한 식물이다. 생물이 지구상에서 오래동안 생존하기 위해서는 종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은행나무는 전세계에 한가지 종만 존재하는 것이다.

“1970년대에 산림녹화를 위해 이 곳에 밤, 복숭아, 호두, 은행 등 유실수 나무를 심었습니다. 1979년 겨울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적 한파에 수만그루가 동해(凍害)를 입어 고사했고, 은행나무만 살아남았죠. 그래서 밤나무 고사 지역에 은행나무 3만주를 집중적으로 심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은행나무숲이 탄생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향수산 자락에 오밀조밀 뿌리 내린 수많은 은행나무들은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나간 모습이다. 약 5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를 통해 은행나무숲길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고, 중간중간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와 명상장, 그래고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으로 지정돼 있다.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은행나무는 새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유교문화권에서만 은행나무가 흔하고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인 셈이다.


에버랜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은행나무숲을 일반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관리만 해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향수산 일대에 잔디광장, 명상돔, 생태연못, 전망대 등이 갖춰진 프라이빗 명품숲 ‘포레스트 캠프’를 조성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숲 속에서 해먹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전문 강사와 함께 명상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숲 치유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중이다. 현재까지는 주로 신입사원 교육이나 기업 기념 행사, 고객 초청 이벤트 등 단체예약 중심으로 개방되고 있다.

포레스트 캠프에서 진행하는 숲 명상과 요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 가을에는 개인 신청자도 참여할 수 있는 ‘비밀의 은행나무숲’ 산책 프로그램을 이달 10일까지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은행나무 숲 치유 체험과 함께 인근 호암미술관 관람도 포함돼 있어 인기가 높다. 매주 금토일에 하루 3회(회당 최대 30명) 참여할 수 있는데, 18일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참가자 모집은 오픈런이 벌어져 2분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에버랜드 관계자는 “국내 여가문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트렌드 속에서 오직 에버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인 향수산 신원저수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용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