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웰다잉 문화 확산 캠페인 스스로 마지막 준비하는 ‘웰다잉’… 장례 절차 정하는 사전의향서로 가족 간 갈등 줄이고 부담 덜어… 유언장 작성하며 유산 분쟁 대비 삶 반추 과정서 기부 결심하기도… “품위 있는 마지막 미리 준비하길”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진행된 ‘2024 웰다잉 문화 확산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웰다잉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웰다잉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준비해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지난 70년을 돌아보니 여러 생각이 스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세상을 떠날 때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2024 웰다잉 문화 확산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웰다잉(Well Dying·좋은 죽음)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웰다잉이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준비해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기순 씨(70)는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이 마련한 ‘나의 백년나무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씨는 빈 열매가 달린 나무 그림 위에 자신이 했던 최고의 선택,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그동안 감사했던 이름 등을 적으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사전장례의향서’ 쓰며 장례 방식 결정
최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전국 노인복지관 및 웰다잉 단체와 협력해 이번 캠페인 같은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선 웰다잉 단체 9곳이 참여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은 남은 시간을 더욱 존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웰다잉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미리 자신의 장례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국민의 90.6%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 사전 장례 준비는 가족이나 지인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대한웰다잉협회는 장례 절차 등을 미리 정하는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을 권장하고 있다. 부고 전달 범위, 장례 절차, 장례 준비물 등을 미리 정해 가족이나 지인들이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가족 간 갈등을 줄이고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유언장 쓰며 ‘유산 기부’ 고민도
웰다잉의 다른 핵심 요소는 유언장 작성이다. 유언장이 없으면 가족 간 유산 분쟁이 발생하기 쉽고 고인의 뜻도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하지만 유언장 작성을 막막하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웰다잉문화운동은 유언장 작성 이유와 상속 순위, 법적 효력 등에 대해 교육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자도 배포하고 있다. 또 유언장 샘플도 만들어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산 기부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고 있다. 샘플에는 유산 기부를 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문구 예시가 적혀 있다.
웰다잉문화운동 관계자는 “어르신에게 ‘유산 기부는 어떠냐’고 하면 ‘당장 먹고살기도 어렵다’, ‘유산은 자식들 주는 게 우선’이란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유언장을 쓰는 과정에서 찬찬히 인생을 돌아보는 경우 상당수가 유산 기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유언장을 쓰면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어린 시절부터 시설에서 자랐으니 유산을 아동보호시설에 기부하겠다’고 한 경우도 봤다”며 “유산 기부는 삶을 마무리하면서 나눔까지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