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언 기상청장
올해 개봉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황폐해진 세상 속에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감독 조지 밀러는 한 인터뷰에서 “지구는 대재앙 수준의 기후위기를 겪고 있으며 세상은 매드맥스 속 세계처럼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상황을 보면 ‘투모로우’, ‘인터스텔라’ 등 널리 알려진 SF 영화들이 그려낸 기후위기가 더 이상 상상 속이 아니라 어느새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일상을 위협하는 듯하다.
일상으로 들어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추진 중이다. 먼저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친환경 건물 및 교통체계 구축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 기후변화 감시·예측 체계를 강화하고, 과학적 예측에 기반해 기후변화 적응 대책도 마련 중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 미래의 기후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보여주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가 상승해 폭우나 폭염 같은 극단적 날씨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기후 재난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 결정자들은 이를 과학적 근거로 삼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항해사가 나침반을 활용해 불확실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미래의 기후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폭풍과 파도에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처럼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할 때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안전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2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현상으로 평가되는데 현지에선 정부가 새로운 기상 여건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더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된 만큼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역량을 한층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시행된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총괄·지원 기관으로서 기후변화 시나리오 표준 규격을 마련하고, 다수의 예측 정보를 통합해 일관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도 나침반이 있다면 두렵지 않듯이 국가 표준으로 일원화된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함께 우리 모두 기후위기 시대를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