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일대 직접 가보니 보상 속도-주민협의에 성공 달려 ‘지분 쪼개기’ 등 투기세력 우려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에 6일 꽃과 채소 등을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다수 설치돼 있다. 훼손도가 높아 그린벨트로서 가치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6일 찾은 서울 서초구 신원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20년 전 이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한 최모 씨는 전날 그린벨트 해제 소식을 듣고 향후 절차를 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공인중개사는 한쪽 벽에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지도를 붙여놓고 최 씨에게 “정부의 토지 보상 가격은 현재 수준 공시가격에서 1.5∼2배 정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최 씨는 “이 정도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토지주가 없을 것”이라며 “이 돈으로 아파트를 샀으면 더 벌었을 건데, 물가 상승분도 반영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가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4곳에 총 5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이날,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토지주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본인 소유 토지의 해제 지역 해당 여부와 보상 수준에 대한 문의였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놓은 만큼 사업 성공 여부는 보상 속도전과 인근 주민 협의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심이 쏠린 서울 서리풀지구 현장에서는 8·8 공급 대책에서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힌 뒤 직거래가 늘어난 점을 변수로 꼽았다. 서초구 내곡동 한 공인중개사는 “8·8 대책 이후 직거래 비중이 늘어서 현장에서 토지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부 있다”고 했다. 다만 서초구 염곡동 한 공인중개사는 “기대감만 있을 뿐 실제 거래는 거의 없어 토지 가격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함께 주민 협의가 병행돼야 정부가 목표로 한 2031년 첫 입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과거 그린벨트인 노원 태릉골프장을 개발할 때 인근 지역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진행되질 못했다”며 “주민 협의가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