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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 여성 대통령’ 유리천장에 막힌 해리스

입력 | 2024-11-07 03:00:00

[트럼프 재집권]
개표 함께 보기로 한 모교 안나타나
‘첫 여성 非백인 대선후보’서 멈춰
트럼프, 클린턴 이어 또 여성에 승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의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서 통화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우리는 함께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많은 균열을 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겸 전 국무장관은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지지해 달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클린턴 전 장관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 또한 이 천장을 깨지 못한 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지켜봐야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의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가 결혼 9년 만에 이혼해 홀어머니의 손에 자랐다. 수도 워싱턴의 흑인 명문 하워드대,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하고 1990년 법조계에 입문했다. 2010년 최초의 여성 겸 최초의 흑인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올랐다. 2016년 미 두 번째 흑인 여성 연방 상원의원, 2020년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 등 여러 기록을 썼다.

이번 대선에서 ‘최초의 여성 비(非)백인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대선 과정에서 성별이나 인종 의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이를 중시하는 이른바 ‘워크(woke·깨어있음)’가 보수 및 중도층 유권자에게 거부감을 살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입었던 흰색 옷을 즐겨 착용했던 클린턴 전 장관과 다른 전략이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당선인의 전력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검사 시절 범죄자에게 강하게 맞섰다는 점은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정당, 인종, 성별, 언어와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성 유권자에게 민감한 의제인 ‘낙태권’을 강조했다. 그동안 공화당에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진 백인 여성 중 ‘히든(숨겨진) 해리스’ 표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폈다.

썰렁한 해리스 모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모교인 워싱턴의 흑인 명문 하워드대 교정에 6일 새벽(현지 시간)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하루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패한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이곳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워싱턴=AP 뉴시스

하지만 미 유권자는 유세 내내 남성성을 강조하고 성소수자를 향해 공공연히 혐오 발언을 쏟아 낸 트럼프 당선인을 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유리천장을 깨려던 시도(여성 대통령 당선)를 2번이나 막은 인물로 남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대선 당일인 5일 모교 하워드대 교정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지만 일찌감치 패배가 굳어진 탓인지 이날 모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