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對美 무역 흑자국에 통상 압박 강화… 한미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도 바이든표 칩스법-IRA 존속 불투명… 배터리 보조금 철회땐 韓기업 타격
‘트럼프 2.0’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對中) 견제 강화, 모든 수입품 대상 보편 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만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미(對美) 무역 흑자 도마에 오를 듯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등 동맹국 제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의 연간 총수출액이 최소 53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에서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5000억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당선인의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 반도체-IRA 보조금 불확실성 커져
보조금 지급보다 관세 장벽을 높이는 방법으로 투자 유치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도 약속한 수준으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를 늦추거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 유리한 요소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철폐가 이뤄진다면 현대자동차, 기아 등의 내연기관차 판매엔 긍정적일 수 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정책의 전방위적인 ‘트럼프화(Trumpification)’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제조업 육성, 일자리 확보에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