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빗나간 여론조사, 표심 분석 ‘붉게 물든 러스트벨트’ 민주당 충격… 노조원들 트럼프 관세정책에 호응 펜실베이니아 등 고물가 민심이반… ‘선벨트’ 해리스 낙태권에 부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7개 경합주에서 사실상 모두 승리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 순으로 승리를 확정했고 나머지 3개 주에서도 승기를 굳혔다.
당초 많은 여론조사는 7개 경합주 모두에서 그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지지율 1%포인트 내외의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망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7개 주에서 최종 승리를 확정하면 1984년 대선 이후 40년 만에 이 7개 주를 석권한 대통령이 된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블루월’로도 불리는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는 지역 경제의 주요 기반인 제조업 쇠퇴로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와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남부의 애리조나와 네바다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속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늘어난 불법 이민에 불만을 표하는 유권자가 많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는 무슬림 유권자가 대거 존재한다. 모두 트럼프 당선인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 고물가에 러스트벨트 민심 이반
트럼프 당선인은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대통령 선거인단(19명)을 보유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7%포인트 격차로 이겼다. 그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올 7월 21일부터 대선 전날인 4일까지 약 석 달 반 동안 각각 21번, 19번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을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트럼프 당선인만 웃었다.
미 노동부가 미 전역을 9개 경제권으로 나눠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9월 펜실베이니아주가 속한 중부·대서양 경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보다 3.4% 올랐다. 미 전체(2.4%)보다 1%포인트 높다.
미 소비자물가는 2022년 6월 전년 동월 대비 9.1% 올라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9월 2.4%로 떨어졌지만 유권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이 1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와 80%는 각각 식품비, 의료·주택·에너지비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또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2019년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인 ‘프래킹(Fracking)’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올 8월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 또한 비판한다.
● 바이든 불법 이민 정책 실패, 트럼프에 유리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예멘, 소말리아 등 이슬람 7개 국민의 미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초강경 반(反)무슬림 정책을 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그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무슬림 유권자가 이번 대선에서 대거 공화당 쪽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레바논계 무슬림이 많은 미시간주 주요 도시 디어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눌렀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68.8%를 득표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고작 29.9%만 얻은 곳이지만 4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디어본을 포함해 아랍계 주민이 많은 디어본하이츠, 햄트랙 등 3개 도시의 민주당 소속 현직 시장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역시 4년 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긴 애리조나주는 불법 이민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큰 곳이다.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첫해인 2021년에만 10만 명 이상이 애리조나주를 통해 국경 밀입국을 시도했다. 2020년(약 8000명)의 1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2년 기준 애리조나주의 불법 이민자 비율 또한 3.5%로 미 전국 평균보다 0.2%포인트 높았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