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환자 폭증했는데…43주 환자 수 전년 대비 40% 줄어 매개 진드기 개체 수도 감소…“여름 폭염·늦더위 영향인 듯”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3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국립공원에 단풍이 물든 가운데 등산객들이 늦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24.11.3. 뉴스1
이는 쯔쯔가무시증을 유발하는 털진드기 개체 수가 줄었기 때문인데, 방역당국은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데다 가을까지 더위가 이어졌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전주인 43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43주 환자 수는 264명으로 지난해 432명에 비해 약 39% 줄었다.
월별로 살펴봐도 올해 환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환자 수는 925명, 2022년은 1547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748명 수준이다.
11월의 경우 2022년 3423명, 지난해 3323명으로 하루 평균 110~114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 5일까지 144명의 환자만 발생했다.
쯔쯔가무시균 매개 주요 털진드기. 왼쪽은 털진드기 유충. 오른쪽은 털진드기 유충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청 제공)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에 의해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털진드기 유충은 사람이 호흡을 할 때 나는 냄새를 감지해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뇌수막염, 장기부전이 발생하거나 패혈증, 호흡부전, 의식 저하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쯔쯔가무시증 매개 털진드기 주간 감시 현황(개체 수/채집기 수). (질병청 제공)
문제는 이 털진드기가 가을철이 되면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털진드기는 평균기온 18도 이하에서 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해 10~15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다가 10도 미만으로 떨어질 때부터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시기별로 살펴보면 털진드기는 9월 말~10월 초에 증가하기 시작하고, 환자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큰 폭으로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털진드기 개체 수만 살펴봐도 올해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월 말인 40주차의 경우 털진드기 트랩지수(털진드기 채집수를 사용한 트랩수로 나눈 값)는 0.02로 지난해 0.21 대비 0.19 낮았고, 2020~2022년 평균 트랩지수 0.09에 비해서도 0.07 낮았다.
이에 방역당국은 기록적인 더위가 털진드기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통 기온이 높으면 진드기 개체 수가 더 늘어나지만 너무나 더웠던 탓에 되레 진드기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털진드기는 보통 여름철에 온도가 높으면 알을 많이 낳아서 개체 수가 늘어나는데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던 게 아니었나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질병청은 가을까지 계속된 무더위도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알들이 가을이 되면 깨어나는데 가을이 됐지만 너무 온도가 높아서 깨어나는 시점이 늦어진 건 아닐지도 생각하고 있다”며 “일단 초기 발생 상황이라 좀 더 지켜보면서 정말 늦어지는 것뿐인지,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늦더위로 알이 부화하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알 자체가 손상되면 부화율 자체가 낮아지기 때문에 개체 수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쯔쯔가무시증은 예방 백신도 없거니와 이전에 한 번 걸렸더라도 항원성이 다양해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웅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지 않는 것”이라며 “주로 농촌에 거주하거나 군인 등 산과 들의 야외활동이 많은 경우, 등산 시에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을철 야외활동시 긴소매 옷, 긴 양말로 피부노출을 줄이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털진드기 유충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