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엄청난 방위비 요구할듯 기술협력 등 美혜택 앞세워 설득을 北, 러 엄호속 美와 대화 계산할것”
사진 제공 아시아소사이어티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확실성과 거래적 관계 등 트럼프 1기의 특징 일부가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을 맡고 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그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외교정책 철학의 핵심원칙이기 때문에 엄청난 요구를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실질적 혜택을 보여주며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다. 대선에서 크게 승리한 데다 첫 임기 때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도 이미 대통령으로서 경험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과 거래적 관계 등 1기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 일부가 상당히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불가능성은 1기 행정부의 거듭제곱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등 동맹국과의 관계도 전략적 협력에서 벗어나 투자 회수와 같은 거래적 관계에 따라 지원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두 개의 전쟁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데.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동국가들도 정권 교체기를 기회로 활영하려 할 것이다. 더 넓게는 북한 등 미국의 적들이 새로 취임하는 행정부를 시험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은 가능할까?
“우크라이나가 항복한다면 전쟁이 금방 끝날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는 항복할 의사가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유럽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의 약속은 공약에 그칠 수 있다.”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셈법도 달라질까?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북한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을 상대하는데 확실한 이점이 될 수 있다. 당장 중국도 북러관계에 불안해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을 억제할 힘이 없지 않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다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는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엄호가 그에게 더 많은 옵션과 더 큰 지렛대를 제공할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중·러 정상들과의 관계를 강조해왔는데.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과 이란도 미국의 압박을 무력화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시간을 두고 미국의 분열을 지켜보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중러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푸틴은 트럼프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먼저 러시아를 상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을 살피려 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 이른바 ‘러브레터(친서)’ 교환 등 정상 간 대화 재개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엄호를 받게 된 김 위원장은 먼저 트럼프 행정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계산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양보할 준비가 돼 있는지, 자신의 도발이 미국에 더 공격적인 대응을 불러일으킬지 보려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핵을 용인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양보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북미가 전통적 외교절차를 우회하면 한국은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미 방위비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방위비 분담금이 큰 이슈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술적인 입장이 아니라 외교정책 철학의 핵심 원칙인 만큼 동맹 기여에 대해 엄청난 요구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한국 입장에선 돈을 넘어서는 도전이 될 것. 한국은 한미동맹이 국방을 넘어 무역이나 기술협력 등 미국에 실질적인 혜택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