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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 국가배상 2심도 첫 승소

입력 | 2024-11-07 15:51:00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를 마친 후 판결 관련 입장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1970, 80년대 대표적 인권 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8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7일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모 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국가가 38억35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별도의 선고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올 1월 선고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과거 부랑인 단속 및 강제수용 등의 근거가 된 박정희 정권 당시 훈령(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의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하였으므로 피고(대한민국)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 하에 장기간 이루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한 점 △약 35년 이상의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여부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시효가 남은 적법한 배상 청구라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 결과가 나오자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판사님 감사합니다” 라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판결 직후 피해자들과 대리인단은 기자들과 만나 “”(소송 제기 후) 3년 7개월이 흘렀고, 소송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망 피해자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조속히 이 판결이 확정돼 피해자들한테 피해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하모 씨 등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총 145억8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 항소로 진행되는 항소심 역시 이달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은 전국적으로 3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