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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파병 북한군 대비 한국어 신문법 책자 배포해 교육”

입력 | 2024-11-07 15:30:00

더타임스, 도네츠크·쿠르스크 전선 우크라군 취재해 보도
‘몇 명 있나’ ‘얼마나 있었나’ ‘어떻게 무장하고 있나’ 포함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파병 온 북한군과 마주할 상황에 대비해 전선에 한국어 신문법을 담은 책자를 배포해 학습하도록 했다고 더타임스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서 복무 중인 한 무인기(드론) 조종사는 매체에 북한군을 신문하는 방법이 담긴 한국말 교육 유인물을 2주 전에 배부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침서 중 북한 병력을 포로로 붙잡아 신문하는 부분에는 ‘여기 몇 명이나 있나’ ‘얼마나 오래 있었나’ ‘어떤 무기로 무장하고 있나’ 등을 한국어로 말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지침서를 받은 그는 “(북한군과 교전이)갑자기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가 핵을 보유한 두 나라와 맞서게 된 탓에 모두의 반응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군이 주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일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네츠크 지역에도 북한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군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한 우크라이나 장교는 “어쩌면 북한군은 계약에 의해 싸우는 러시아인보다 실제로 더 잘 준비돼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러시아의 지휘 체계 아래에서는 전술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도 북한군과 언어장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이 공개한 도청 자료에는 30명 규모 부대에 통역관이 단 1명에 불과해 불만을 표하는 러시아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미국 국방부 등은 북한군 1만1000명이 러시아에 도착한 상태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이들이 전선에 정식 배치돼 실제 교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서방에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 해제를 재차 요청했다.

북한군은 전자전 대응법을 비롯해 무인기(드론) 조종 등 기술을 전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은 북한군이 60㎜ 박격포, AK-12 돌격소총, RPK/PKM 경기관총, SVD/SVCh 저격소총, 불새 대전차 미사일,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RPG) 등 화기로 무장했고 야간투시장치, 열화상 카메라, 조준경, 쌍안경 등 광학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 군인과 첫 교전이 있었다며 세계가 불안정성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발언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첫 교전을 펼쳤지만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는 북한군이 러시아 제810독립근위해군보병여단과 함께 정찰 목적으로 제한적 교전을 수행한 것으로 봤다.

파병을 결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당국자는 아직 러시아가 북한에 어떠한 대가를 제공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주변 국가에 위협을 가할 만한 군사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파병 대가로 러시아는 식량 문제 해결, 외화벌이 수단 제공, 군사 기술 이전 등을 북한에 건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파병 북한군 월급으로 2000달러(약 279만원)가 책정됐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북한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추정치인 1217달러(약 170만원)보다도 많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 한반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의 방위 공약을 확보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