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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불법이민’ 외면속 참패 美민주당, ‘해리스 전략 부재’ 공방

입력 | 2024-11-08 03:00:00

[트럼프 재집권]
패닉 상황속 패배 책임론 불거져… “바이든 후보직 사퇴시기 늦어
경쟁력 후보 선출 못해” 지적도
“당분간 수습 쉽지 않을것” 전망



침울한 민주당 지지자들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하워드대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울한 표정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복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5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상원, 주지사 선거 등에서 공화당이 완승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붉은 물결·공화당 상징색을 빗댄 표현)’가 불면서 민주당이 패닉에 빠졌다. 아직 최종 결과가 안 나온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참패의 이유로 민주당이 내세운 의제 ‘민주주의’ ‘낙태권’ 등이 공화당이 강조한 ‘고물가’ ‘일자리’ ‘불법 이민’ 같은 의제에 완전히 묻혔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비(非)백인과 젊은층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은 것 역시 고물가와 양극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부 분열과 자중지란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퇴임까지 불과 약 2개월 반이 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이고, 대선 후보로 나섰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더십 진공’ 상태가 이어지면 당분간 혼란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먹고사는 문제’가 승패 좌우

6일 ABC방송은 “미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관심사는 생활비”라며 낙태권은 민주당의 기대만큼 중요한 의제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투표에 영향을 미친 최대 요인’으로 경제를 꼽은 사람은 32%로, 낙태권(14%)의 두 배를 웃돌았다.

‘진보 거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X에 “민주당은 노동계급을 버렸다. (이에) 노동계급도 민주당을 버렸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제프 폴록 역시 AP통신에 “농촌, 노동자, 라틴계, 청년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일상적인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시사 매체 타임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남성 표 늘리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남성 유권자가 중시하는 불법 이민, 경제 의제를 강조하고 여성 유권자의 호응이 높은 낙태권 언급을 피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 급증에 따른 경제 문제와 치안 문제에 지친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NYT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성향 응답자 중 30%가 “불법 이민자 추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불법 이민에 관해서는 정파에 관계없이 유권자의 거부감이 큰데도 해리스 부통령은 이 의제의 중요성을 경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 위협’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등 ‘반(反)트럼프’ 전략으로만 일관해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 분열-책임 떠넘기기 가중

이에 따라 민주당이 혼란을 수습할 차기 지도자도, 명확한 계획도 없이 ‘트럼프 2기’를 맞게 됐다고 AP통신은 진단했다. 당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시기가 너무 늦었다” “중도 성향 부동층, 즉 ‘산토끼’ 유권자를 잡으려다가 핵심 지지층 ‘집토끼’ 유권자도 놓친 해리스 대선 캠프의 전략 부재가 문제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존재감이 빈약했다” 등 전방위적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및 인지기능 저하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됐는데도 그가 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올 7월 21일에야 사퇴하는 바람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 사퇴한 후 공개 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한 참모는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누가 나와도 졌을 판”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대선 외 다른 선거에서도 모두 진 것은 단순히 특정인이나 특정 의제의 문제를 넘어선 만큼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MSNBC에 “2004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대패했지만, 4년 뒤 우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얻었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찾자고 촉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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