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어제 한때 1404.5원… 1400원대 뉴노멀땐 물가상승 압력 韓銀 금리인하 시점 늦춰질 가능성 최대 20% 관세로 수출 타격땐… 내수 부진으로 연결 악순환 우려도
내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고(高)환율’과 ‘고(高)관세’라는 겹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20%인 보편 관세마저 현실화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
한국은행은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 “수출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
고환율과 고관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 감소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 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전략 경쟁은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역할을 대체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