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첫 통화서 ‘조선업’ 콕 집어 강조 美조선 쇠락… ‘中해양굴기’ 저지 의도 “한미동맹 기조 대전환 불가피” 지적 정부 “트럼프, 尹 빨리 만나고 싶어해”… 주미대사, 당선 직후 마러라고 찾아
“미국 조선업이 많이 퇴조했는데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중요하다.”(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윤석열 대통령)
트럼프 당선인이 7일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집어 강조한 건 전임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전혀 다른 ‘트럼프 2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미국 중심의 대외·산업·통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
● 트럼프 “한국 군함 세계 최고 수준, 협력 필요”
1998년 대우重 옥포조선소 찾은 트럼프와 장남 1998년 6월 당시 트럼프사 회장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찾았을 때 모습.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당선인 왼쪽)도 함께 방문했다. 100m 높이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간 트럼프 당선인은 “원더풀, 어메이징”을 잇달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DB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 및 보수, 정비 등의 분야뿐 아니라 민간 선박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함, 민간 선박을 두루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협력 분야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는 생산 및 MRO(유지·보수·정비) 위기에 봉착한 미 해군과 미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게 우리 정부 안팎의 평가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국가였지만 이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조선굴기는 미국 조선업의 쇠퇴를 앞당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 해군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대로 중국은 ‘해양굴기’를 선언하며 군함을 대량 생산해냈다.
민간 조선업 역량 강화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고용 창출”을 강조해왔는데 조선업은 고용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미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한국에 기술 등을 요구할 경우 양국 간 마찰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5월 유세 당시 “한국은 미국의 조선(shipping) 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고, 다른 많은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언급한 ‘슈퍼 관세’에 대해 “만약 중국에 60%에 달하는 슈퍼 관세를 붙이면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덤핑하게 될 텐데 그런 간접적인 효과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 尹 이달 중순 중남미 순방 때 회동 추진할 수도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개인적 유대관계를 중시한다. 검사를 좋아하지 않고 동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어떻게 우정을 다져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케미(호흡)가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 가운데 친분이 있는 인사로 빌 해거티 상원의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을 언급했다.
정부 소식통은 “직관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하루빨리 서로 편하게 ‘my friend(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간적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현동 주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대사관 참사관 2명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