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영화처럼 쓰고 싶었다” 끔찍한 사건 속 인간 군상 그려 ◇리버(전 2권)/오쿠다 히데오 지음·송태욱 옮김/1권 452쪽, 2권 380쪽·각 1만8000원·은행나무
군마현과 도치기현 경찰은 10년 전 연쇄 살인의 유력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사건을 미제로 남겼다. 두 현의 경계가 되는 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리버 사안’으로 이름 붙인 군마현 도치기현 경찰들은 총력을 다해 공동 수사에 나선다.
소설의 전개는 10년 동안 이 사건과 연루됐던 사람들을 차례로 소환하며 이뤄진다. 현직 경찰들은 물론 과거 범인을 잡지 못했던 죄책감에 진실을 밝히고자 뛰어든 전직 형사, 직접 범인을 추적하고 나선 피해자의 아버지, 우연히 사건 취재를 맡게 된 3년 차 기자, 그리고 괴짜 범죄심리학자까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물줄기처럼 흐르며 하나로 모였다가 다시 나뉘며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밝혀 나간다.
일본 현대 문학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도 각색된 저자는 괴상한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인 더 풀’, ‘공중그네’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재치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수사 일지를 따라가는 듯한 몰입감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웰메이드 형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