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4시 34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선망 어선 금성호(129t)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중 인근 선박에 의해 구조된 이들이 한림항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8일 제주 해상에서 조업 도중 전복된 135금성호와 함께 작업 중이었던 한 선원은 불과 20~30초만에 배가 전복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선원 박모 씨(31)는 “배가 뒤집힌 뒤 프로펠러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선원 10여 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심정지 상태인 선원 2명은 바다에 떠 있었다”고 말했다.
● 해경-선원 구조 사투에도… 2명 사망-12명 실종
이날 오전 4시경 작업 중이던 135금성호는 첫 번째 운반선에 하역 작업을 마치고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 그물은 배 오른편에 있었다. 이날은 마침 ‘만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후 두 번째 운반선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35금성호가 어획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점점 오른편으로 기울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복됐다.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에는 오전 4시 12분 135금성호의 위치 신호가 사라졌다.
당시 운반선에 타고 있었던 한 선원은 “배가 뒤집혀 선원들이 잇따라 바다에 빠졌다”며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서 헤엄쳐 오는 선원들을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변 선원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원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지점에서 자꾸 먼 곳으로 흘러갔다. 칠흙같이 캄캄한 새벽 바다에서 벌어진 재난에 선원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생존 선원들은 “사고 당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대형 어선 이례적 전복… 가족들은 날벼락
이날 해경은 대형 어선이 갑자기 전복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본선 주변에 동그랗고 넓게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은 뒤 그물을 조이면 운반선이 다가와 이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35금성호는 작년 6월과 올해 6월 실시한 선박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작동 등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망자, 실종자의 가족들은 제주 한림읍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현장상황실에 달려와 오열했다. 실종 선원의 아내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본부 관계자에게 “헬리콥터를 띄웠습니까”라고 연신 물어보며 “나는 아직 (우리 남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깐 제발 빨리. 1초라도 빨리 구해 달라”고 소리쳤다. 실종 선원의 딸로 보이는 여성 2명은 “아빠 여기 없어. 나 못 들어가”라며 계단을 붙잡고 오열했다.
해경은 9일 구난업체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주지검은 최용보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관련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