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등 피해자 “처벌 원치 않아” 요청…선처에 감사 편지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한 인간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그 따스한 손길은 제 앞으로의 삶에 크고 밝은 등불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된 60대 노숙인 김모 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김 씨는 법원의 실종 선고에 따라 약 12년간 ‘사망자’로 간주된 채 노숙인으로 살았다. 굶주림 때문에 여러 차례 절도도 저질렀으나 취업 지원 등 사회 복귀를 돕기로 한 검찰과 절도 피해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 씨는 사업 실패에 이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 서울 관악구 관악산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김 씨는 2016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대 일대에서 9회에 걸쳐 총 219만4000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을 훔치거나 훔치려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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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피해자인 서울대 교수, 임직원들은 김 씨의 사연을 접하고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왔다. 검찰은 7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협의해 김 씨에게 취업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8일에는 구속을 취소하고 취업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씨는 이어 “이번에 절실히 느낀 점은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잡히게 된다는 것과 세상에는 따뜻하고 약자를 보듬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라며 “그분들의 헌신과 애씀을 어떻게 외면하고 다시 나쁜 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새 삶의 터를 마련해 주시고, 저의 재활을 위해 힘을 써주신 검사님 이하 수사관님들께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 ‘우리가 애써준 사람이 바르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라며 “감사하다. 그리고 존경한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