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한 첫 백악관 비서실장은 수지 와일스(67)였다. 선거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와일스는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막강한” 트럼프 사람으로 통한다. 와일스 중용은 대선 불복으로 비판받던 트럼프를 2021년 초 만난 것이 출발점이 됐다. 2016년, 2020년 대선 때 워싱턴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만 선거운동을 했지만, 와일스는 트럼프가 왜 졌는지, 뭐가 달라져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질문을 쏟아내던 트럼프는 “2024년 선거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와일스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이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비서실장이 생긴 이래 30명 넘게 거쳐갔지만, 여성은 없었다. 충성심과 냉철함이 그의 경쟁력이라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그의 별명은 얼음 아가씨(ice baby) 또는 얼음 여사(ice maiden). 할머니 같은 넉넉함 속에 비수같이 담긴 냉철함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막후 조정을 선호하는 와일스는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한 적이 없다. 당선을 확정 지은 순간에 트럼프가 와일스를 행사장 연단으로 이끌면서 “(당신은)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뒤에 있을 사람은 아니야”라고 할 정도다.
▷비서실장 지명은 당선 이틀 만에 발표됐다. 8년 전 트럼프의 첫 당선 때는 6일 걸렸던 일이다. 정치 신인과 다름없던 2016년과 달리 트럼프가 4년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일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 비서실장 인선 방향도 달라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 4년 동안 국정 경험 부족을 메워줄 중앙정치 명망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예산 전문가 등을 기용했다. 하지만 와일스 발탁 소식을 보면 트럼프가 실무를 꼼꼼히 챙길 행정과 정무 감각을 더 선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언론은 와일스가 듣기 거북한 사안을 트럼프에게 직설적으로 보고하면서 캠프가 돌아가도록 했던 일처리 솜씨에 주목하고 있다. 45년 정치 경력 동안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는 와일스가 ‘부통령보다 중요하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것도 이 점을 평가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 세계는 트럼프 2기가 가져올 변화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와일스에게는 과거 어떤 백악관 비서실장 못지않게 관심이 모아질 것 같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