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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장원재]전공의와 의대생은 언제 대화에 나설까

입력 | 2024-11-08 23:15:00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11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올 2월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대화 국면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화가 성과로 이어지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정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됐다”며 내년도 정원 조정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반면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단체는 여전히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공의·의대생과 충돌하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물러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정부가 요지부동인 이상 드라마틱하게 국면이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늦어도 내년 2월엔 전공의 입장 변화 불가피

한 가지 확실한 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공백 사태는 안 끝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도 전공의가 돌아와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때 가능한 얘기다. 정부는 11, 12월 진행되는 내년 상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 때 일부 전공의가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7, 8월 진행된 하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 때 지원율이 1.6%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이번에도 복귀 규모는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올 7월 칼럼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연내 미복귀는 상수로 봐야 한다”고 썼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14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진행되고 다음 달 13일까지 각 대학은 수시전형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제 대학이 할 수 있는 건 수시모집 미선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등 선발 인원을 일부 조정하는 것 정도인데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전공의와 의대생 역시 ‘미세 조정’이란 타협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들의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내년 봄에도 전공의와 의대생은 병원과 캠퍼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공의 등이 내년도 증원 철회를 언제까지나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대 정시전형 결과는 내년 2월 7일까지 발표된다. 합격자 발표로 신입생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후배가 된다. 후배들의 합격 취소를 요구할 순 없으니 합격을 인정하는 대신 수업 거부에 동참해 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내년도 2월 이후에는 2026학년도의 ‘증원 철회’나 ‘신입생 모집 중지’ 등이 새 요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전공의 입대도 변수

변수는 하나 더 있다. 7, 8월 대거 사직 처리된 전공의 상당수는 내년 3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입대해야 한다. 전공의는 의무사관 후보생이어서 일반 사병 입대는 불가능하다. 인턴이나 저연차 레지던트는 몰라도 고연차 레지던트의 경우 수련 중 38개월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니 의료공백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수련병원에 복귀하는 게 이들에게도 유리하다.

의료공백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지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내년 초 어떤 형태로든 전공의와 의대생이 요구사항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면 정부와 의료계도 이를 계기로 의료공백 사태를 해소할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먼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전공의 수련 제도 개선이나 내년도 증원 일부 조정을 논의하면서 전공의가 대화의 장으로 나올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의료계에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의사 수 추계가 내년 초 나오는 만큼 이를 토대로 적절한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의대생 단체에도 상황 변화가 생길 때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다. 올 한 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해 보면 무조건 강경하게 나오거나 누워만 있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테니 하는 말이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