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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헌재도 합헌이라는데… 前 국정농단특검 팀장의 이중 잣대

입력 | 2024-11-08 23:27:00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할지 말지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며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고,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타당하지도 않고 윤 대통령의 경력이나 언행에도 배치되는 억지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특검 도입 여부를 국회가 결정한다는 것 자체도 위헌 소지가 있고,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은 특검을 국회가 다수 힘으로 강제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시된 14차례의 특검이 모두 합의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측근 비리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 재표결에서 가결됐고, 대북송금 특검 등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이 통과시키자 대통령이 수용한 사례도 있다. 김 여사 특검법처럼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하는데도 대통령이 거부하고 여당이 반대해 특검이 불발된 전례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야당 탓만 하면서 위헌이라고 한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 전반을 지휘했고, 특검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승진한 경력이 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이제 와서 특검 위헌론을 펼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없다. 야당 단독 특검 추천 방식도 국정농단 특검에서 먼저 적용됐고, 헌법재판소가 “국회가 입법 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며 합헌 결정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통상 수사나 검찰 업무에 대해서도 일사부재리라는 것을 적용한다”고도 했다. 검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특검에서 다시 수사하는 게 부당하며, 수사 대상자에겐 “인격 유린”이라는 것이다. BBK·다스 실소유주 의혹 사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불기소했던 특검에 파견돼 수사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했던 윤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검은 대부분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할 때 이뤄지기 때문에 특검에서 재조사를 받는 것도 불가피한 일이다.

그동안 ‘드루킹 특검’을 비롯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성과를 거둔 특검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면서 “특검을 왜 거부하느냐. 죄를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김 여사 특검법을 놓고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나. 김 여사를 방어하기 위한 궤변으로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