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미래다] 마이코월드
‘2024 에이팜쇼’에 참가한 마이코월드 김은영 CEO(오른쪽)와 김선호 CTO. 마이코월드 제공
탄소 배출을 줄이고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 속에 비건(식물성) 가죽 시장도 커지고 있다. 비건 가죽은 동물 가죽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와 도축 및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고자 등장한 소재다. 비건 가죽은 동물 가죽 대비 물 소비가 매우 적고 생산 기간이 짧아 생산 비용도 적으며 생분해가 가능하다.
김선호 마이코월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버섯 균사체를 배양한 비건 가죽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 비건 가죽”이라고 강조했다.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 만든 비건 가죽. 다양한 질감과 컬러로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의 파인애플, 선인장, 사과 등 식물성 섬유질 소재 비건 가죽들은 원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이미 탄소발자국이 많이 생긴다. 또 대부분 사용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폴리우레탄(PU) 코팅을 하거나 원단과 균사체를 합지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순수 비건 가죽은 아니다. 반면에 마이코월드에서 개발한 버섯 균사체 가죽은 배양 탱크에서 원단을 살균하고 버섯 균사체를 접종해 배양시켜 원단의 물성을 가죽화한 제품이다.
마이코월드에 앞서 해외 및 국내에서도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가죽을 개발했었다. 하지만 따로 균사체를 배양해 수확한 후 원단과 합지해서 만들다 보니 화학물질인 접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생산성 또한 낮았다.
배양 전 파이버(위)와 섬유의 굵기보다 가는 버섯균이 자라면서 섬유의 공극을 채우는 균사체 배양 후 사진(아래). 전자현미경 1000배율 모습이다.
김 CTO는 “외국에서도 버섯 가죽을 개발했는데 원단 대형화, 양산화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버섯 균사체가 쉽게 오염돼 배양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버섯 재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나도 버섯 재배만 20년을 했는데도 원단에 배양하기 좋은 균주를 찾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버섯 재배 기술과 함께 원단 및 화학에 대한 이해 등이 다 어우러져야 했던 것”이라고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또 “마이코월드는 버섯 균사체 배양 및 균사체 가죽 제조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그 덕에 올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과 ‘경남진주강소특구 이노폴리스캠퍼스사업’에도 선정됐다”고 밝혔다.
마이코월드의 버섯 가죽은 원단 자체에 버섯 균사체를 배양하다 보니 실처럼 가는 균사가 서로 얽혀 그물망 형태의 구조로 질기고 강한 물성을 자랑한다. 밀실 재배 기술을 활용해 원단 살균, 접종, 배양을 배양 탱크 안에서 동시에 진행하면서 단순화된 공정으로 생산성도 높다.
김 CTO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해외에서 비건 가죽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하지만 납품 원단 양이 최소 4만 야드(약 36.6㎞) 규모여서 대량 양산 시스템이 필수였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코월드는 면과 같은 천연 원단부터 업사이클링 페트 원단, PLA 원단, 합성 원단까지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폭 55인치(약 140㎝), 길이 14m 이상의 버섯 균사체 가죽을 양산할 수 있으며 배양 탱크 100개 정도를 제작해 연간 4만 야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김 CTO는 “2025년부터 가구 제작용 원단을 납품할 계획으로 현대L&C에 20만 야드 납품을 논의 중”이라며 “친환경 비건 가죽 시장은 글로벌 시장인데 영세 중소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개척하기 어렵다. 국내 업체들이 손잡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게 목표”라고 계획을 밝혔다.
마이코월드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타스지혁과 버섯 균사체 가죽 카시트 적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