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추가인하] 美 기준금리 내렸지만 한은 딜레마 ‘트럼프 트레이드’로 환율 치솟아… 금리 낮추면 환율 더 오를 가능성 일각 “고관세로 수출 타격 받기 전… 금리 내려 내수 진작해야” 지적도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의 여파로 전날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었지만, 이날 1380원대로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에 동참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면서 한미 금리 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지는 등 금리 인하 여건이 개선됐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향후 통화정책 속도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3분기(7∼9월)는 한은 전망치(0.5%)의 5분의 1 토막에 불과한 0.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징후가 심상치 않자 시장 안팎에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비자물가도 1%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환율 변동성이 큰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가계부채가 한은의 금리 인하에 부담을 줬다면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며 “가계 부채나 환율이 안정세를 찾았을 때 금리 인하를 시도할 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국내 수출이 타격받기 전에 금리를 내려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세상) 환율이 1400원을 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며 “한은에서 계획대로 금리를 인하해 수출 부진이 오기 전에 내수 반등 시점을 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