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제표 시범사업 6개월 성과 본격적 적용 앞서 타당성 확인 ‘평균의 함정’ 재무제표와 달리 세부 고객별 마케팅 활동에 도움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진단과 평가 단계부터 고객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올해 4월 출범한 고객제표 시범사업이 6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고객제표는 재무제표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기업의 고객전략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기회와 근거를 제시하는 고객 중심의 전사적 경영성과평가 시스템이다. 고객상태표, 고객손익계산서, 고객흐름표, 고객변동표 등 4개의 세부 제표로 구성돼 있으며 재무제표와 유사한 평가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어 공개 직후부터 학계와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CRM디지털마케팅협회와 동아일보가 추진한 고객제표 시범사업은 기업 내 본격 적용 전에 기초 모델의 실무적 적용 타당성을 검토하고 주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표준화된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서 진행됐다. 18개 업종에서 23개 기업이 참여하겠다고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 12개 업종에서 13개 기업을 선정했다. 신청 기업에 선발은 업종의 유의미성, 기업 규모, 고객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 등에 근거해 고객제표 전문위원들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됐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11월 1호(404호)에 실은 고객제표 시범사업 최종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업종 불문 자본고객을 잡아야
화장품이나 식음료와 같은 소모품성 소비재에선 자본고객의 비율이 10∼20%대로 낮았다. 하지만 매출 기여도를 놓고 보면 자본고객이 부채고객 대비 3배 가까이 높았다. 이 결과는 자본고객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비슷한 범주에 와 있는 부채고객들을 선별해 이들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둘째,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객 수가 감소하고 있었다. 특히 B2C 업종에서 고객 수 감소가 두드러져 일부 소비재 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18%나 감소했다. 이는 국내 소비재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런 고객 감소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고객 관점의 손익계산 방법론이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재무제표상의 손익계산서에서 보고되는 영업이익률은 기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 손익 정보이기 때문에 이질적인 고객 유형에 대한 손익의 편차를 보여주지 못하는 ‘평균의 함정’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제표의 고객손익계산서에서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에 대한 공헌이익과 영업이익을 개별적으로 산출한다. 시범사업 결과로 고객손익계산서를 받아 본 기업들은 대부분 자사의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수익성이 큰 편차를 보인다는 점에 놀랐다. 포괄적 영업이익률이 14.3%였던 한 B2B 서비스 기업의 경우 자본고객의 영업이익률은 30.7%에 이르지만 부채고객의 영업이익률은 ―13.5%였다. 14.3%라는 수치는 고객을 고려하지 않고 뭉뚱그려져 나타난 공허한 숫자였던 셈이다.
● 영업 ‘페인 포인트’ 해소해줘
마지막으로 고객제표 분석 과정에서 ‘자사 몰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됐다. 자사 몰 패러독스란 자사의 상품 판매를 위해 외부 몰이나 리테일 업체뿐만 아니라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독립적인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는 소비재 기업에서 자사 몰 고객의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다. 자사 몰을 운영하는 5개 시범사업 참여 기업 중 4곳에서 자사 몰 고객들의 수익성이 외부 채널 고객들의 수익성보다 떨어졌다. 4개 회사 모두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객 충성도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CRM(고객관계관리) 활동은 거의 없었다. 이는 자사 몰 고객들을 상대로 관계 진화 과정에 기반한 고객 여정을 설계하고 각 여정 단계별 고객 충성도를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범사업으로 인해 업종별 차이에 기반한 고객제표 패턴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이에 평가지표와 측정지표의 표준화도 용이해졌다.
김형수 한성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hskim8035@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