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뉴시스
‘반(反)이민’을 대선 기간 내내 핵심 의제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불법 이민자를 대거 구금 및 추방할 수 있도록 군 관련 시설과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다양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진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전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 국방부 예산을 이용해 멕시코 국경 인근에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에 군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군 기지와 인력 등을 이민자 추방 조치에 투입하는 게 적법한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진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동될 경우 대통령이 이민자 억류·추방에 군사 기지와 군용기 등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군에 불법적인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NN방송은 “당국자들이 미 국방부 개편과 관련한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군을 자신의 ‘충성파’들로 채워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한 행보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남부 국경에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불법 이민자 추방이나 시위 진압처럼 논란이 있는 현안에 군인을 동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