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백악관’ 된 트럼프 사저 1927년 세운 리조트, 골프장 등 갖춰… 첫임기때 142일 지내며 정상들 만나 정권 인수팀, 마러라고에 본부 차려… 로봇 순찰견 등 일대 경호 대폭 강화 재선 직후 외교사절들 앞다퉈 발길
마러라고 리조트 전경. 동아일보DB
2017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X’에 “마러라고의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에서 취임 연설문을 쓰고 있다”며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탁상 앞에 앉아 메모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가 내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지금,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이자 그의 사저인 마러라고가 ‘두 번째 백악관’ 또는 ‘남부의 백악관’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고, 마러라고를 워낙 편하게 생각해 이곳에서 업무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그의 당선 확정 직후 조현동 주미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들이 앞다퉈 찾은 곳, 6일부터 가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튼 곳도 마러라고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당선 직후부터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
미 경호당국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 일대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곳에 최근 “쓰다듬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첨단 ‘로봇 순찰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뉴욕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이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 이곳에서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를 외면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4년 임기 동안 총 32회 마러라고를 찾아 142일간 머물렀다. 그는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구석구석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마러라고를 ‘논란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텍사스주 목장으로 초청하는 등 역대 미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자택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건 관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러라고는 단순한 사저를 넘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상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이해상충 비판도 늘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는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약 308억 원)의 순익을 냈다.
마러라고는 2020년 대선을 거치며 그의 골수 지지층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세력의 본부’로 탈바꿈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등 극단적이고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 정권 인수 작업 본거지로 이미 기능 중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이미 이곳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차기 행정부의 요직 인선에 들어갔다. 7일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내가 아닌 그가 마러라고를 관장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당선인을 보좌했다.
임기 중 5, 6일에 한 번꼴로 라운딩에 나설 만큼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그가 아베 전 총리처럼 자신과 가까운 정상을 초청해 ‘골프 외교’를 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지지 단체 ‘트럼펫USA’의 대표이자 당선인의 측근인 토니 홀트 크레이머 또한 “화려한 팜비치(마러라고)가 촌스러운 워싱턴(백악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