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4.11.1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임기 전반기의 실패를 후반기에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원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일치되는 것 하나는 윤 대통령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는 올 4월 총선 참패와 현재 지지율 10%대로 나타난 정치적 실패다. 취임 초 호언했던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국민통합은커녕 보수층 내에서조차 잇따라 분열을 자초하면서 지지층이 쪼그라들었다. 취임 직후에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를 축출했고, 총선 전부터는 자신의 검찰 후배이자 현 정부 첫 법무장관인 한동훈 당 대표와도 불화하고 있다. 사람이 바뀌려면 불편을 감수하고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단 당내 비판자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 밖의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당을 박차고 나간 세력이나 야당과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턱없는 예측으로 헛심과 헛돈을 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년 후에나 가시화하는 의대 증원을 앞세우다 진로도 퇴로도 차단된 의료개혁도 그렇다. 의대 증원은 특히 대통령실이 비서관을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내 직접 국정을 운영한 ‘차관정치’의 실패 사례다.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한 외교 안보 분야는 대통령이 계속 끌고 가되 내치(內治)는 가능한 한 대통령실 중심에서 총리와 장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윤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는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와의 관계다.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 부결시키는 과정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야당이 주도한 법안 중에 위헌적인 요소가 적지 않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잘못됐다고만 하기 어렵지만 김 여사 특검법 등 국민도 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법안은 거부만 할 게 아니라 여당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 임기 후반기에도 대통령이 국회와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지 못하면 각종 개혁 입법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통상적인 국정 운영마저 더 험난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