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이 9개월 만에 하락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와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 영향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16으로 전달(119)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이후 9개월 만에 내림세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2024.10.23뉴시스
불길이 잡히는 듯 했던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에 다시 확대됐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고강도 대출관리에 나서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풍선효과’ 탓이다.
연말까지 고강도 대출관리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한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해서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제출받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2024년 10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1월 9000억원, 2월 -1조9000억원, 3월 -4조9000억원을 기록하다가 4월 4조1000억원 늘며 급증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어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7000억원까지 늘었다가 9월 5조3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증가폭이 크게 꺾인 모습을 보였다.
9월 들어 미래금리위험까지 고려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들이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한도는 줄이는 등 강력한 옥죄기에 나선 영향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은 한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조5000억원 증가해 전월(+6조8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도 같은 기간 6조1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전월 각각 5000억원, 1조원씩 줄었던 은행권과 2금융권이 3000억원, 8000억원 증가로 돌아서며 총 1조1000억원 늘었다.
10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9000억원 증가해 9월(+5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정책성 대출은 전월과 유사한 2조1000억원 증가를 기록했지만 은행권의 대출관리 강화 영향으로 은행 자체 주담대가 9월 4조원 증가에서 10월 1조5000억원 증가로 축소된 영향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IPO(기업공개) 청약 수요 등의 영향으로 9월 -5000억원에서 10월 +3000억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2조7000억원 증가했다. 9월 3000억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2금융권 주담대가 9월 +7000억원에서 10월 +1조9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컸다. 2금융권 기타대출도 9월 -1000억원에서 10월 +8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했다.
◆2금융권도 은행처럼 경영계획 제출 받는다…금감원은 대출 실태점검
금융위는 이날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일부 은행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동향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향후 가계부채 전망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9월 추석 상여금, 분기말 상각 영향 등을 감안하더라도 10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것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고 업권별 증가 양상도 상이하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 사무처장은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올해 남은 기간 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자율적인 관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크다”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은행권은 주간 단위로 볼 때에도 상당 부분 안정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초 수립한 경영목표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취급한 은행의 경우 반드시 경영목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며 올해 남은 11월과 12월에도 강화된 대출관리 기조를 이어가 줄 것을 은행권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금융권 풍선효과와 관련한 업권별 관리현황 및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보험업권은 증가폭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긴급 생활자금 성격의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하고 여전업권은 카드론,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각각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 은행권 자율관리 강화에 따라 이탈된 대출수요를 흡수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서 자체적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조합이나 금고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리기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참석자들도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점에 우려를 표하면서 각 업권별로 증가 양상이 조금씩 다른 만큼 그에 적합한 추가 조치수단을 업권 자체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남은 기간 2금융권에 대해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마련토록 하고 내년에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2금융권으로부터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기반으로 대출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또 금감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권과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실제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가계대출 취급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권 사무처장은 “최근 들어 보험계약대출이나 카드론 등 서민·취약계층의 급전수요와 관련된 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자금수요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계대출을 확고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되 그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