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 미성년 유족 등에 줄 돈 맡아서 운용 상속분쟁 예방 ‘안전장치’ 역할 기대 생보사들 고객 유치 사활 건 경쟁
올 8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이혼 후 자녀들을 키운 친부 A 씨가 친모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고심에서 “B 씨는 A 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3년 전 자녀 C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자녀와 장기간 교류가 없었고 양육도 안 했던 B 씨가 법정상속인으로서 수령 가능한 최대 금액인 867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처럼 사망보험금이 연락을 끊고 살던 가족에게 엉뚱하게 흘러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이제 사망보험금을 금융사에서 맡아 피상속인이 원하는 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 사망보험금도 신탁 허용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을 대상으로 했다.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시행과 함께 보험금도 신탁 재산으로 허용된다.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고객)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신탁사(금융사)에 관리해 달라고 지시하면, 신탁사는 피상속인이 원하는 구조로 보험금을 관리해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녀를 위해 남겨둔 종신보험이 이혼한 전 배우자의 몫으로 가지 않도록 하거나, 낭비벽이 있는 자녀의 탕진을 막는 차원에서 보험금 수령 대상을 손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보험금과 상속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이 같은 분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정 대리인이 보험금을 임의로 써 버릴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조를 짤 수도 있어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기 전부터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보험업계, 새 시장으로 주목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