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 유리한 내부 공급망 성과급 배분땐 노사 갈등 심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부품 수급난을 불러온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이 11일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노조는 이날부터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 집중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대트랜시스 서산 지곡 공장 노조가 지난달 8일 부분 파업, 같은 달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이후 한 달여 만입니다.
그동안 현대차 울산 1공장, 아산공장, 기아 광주 1·2공장 등 공장별로 하루 수천 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현대차, 기아가 받는 만큼 공정한(?) 성과급 분배”를 주장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수직 계열화’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위기에 강한 현대차그룹의 저력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공급망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이 2022년부터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브랜드로 우뚝 선 게 대표적이죠. 문제는 높아진 실적에 현대차, 기아가 특별격려금 등을 지급하자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계열사 노조가 많아진 겁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본사를 무단 점거하는 등 이 문제로 계열사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매년 반복됐죠.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수직 계열화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계열사별로 임금 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계열사 임직원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극단적인 대치 말고 ‘원팀(One team)’ 정신을 살려낼 묘안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