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1982년 동베를린에서 탄생했다. 18세기 중반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정음악가 야나치가 매주 자기 집에서 열었던 ‘음악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1948년 서베를린의 미군 점령지 방송국(RIAS·Rundfunk im amerikanischen Sektor)이 방송을 위해 설립했다. 독일 통일 2년 후인 1992년부터 이어져 온 두 단체의 협력은 동서 베를린의 문화적 통일을 상징하게 되었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폭넓은 셈여림과 부드러운 레가토, 물 샐 틈 없는 앙상블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연주자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 연주로 인기가 높았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큰 인원 대신 30~40명의 정교한 앙상블로 고음악에서 빛을 발했다. 이들의 만남은 큰 결실로 이어졌다. 두 단체가 르네 야콥스 지휘로 명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내놓은 바흐 ‘요한 수난곡’ ‘B단조 미사’, 헨델 ‘대관식 찬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후궁탈출’ 들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 레퍼토리들의 중심 음반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부터 리아스 실내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원 김미영 씨(소프라노·45)는 9일 전화통화에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는 리허설을 오래 하지 않아도 바로 앙상블이 맞는 최고의 팀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음대 졸업 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유학했으며 재학 중 리아스 실내합창단 오디션을 통과해 6개월 실습을 거친 후 종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1년 한양대 음악연구소 초청으로 열린 리아스 실내합창단 바흐 B단조 미사 내한공연에도 함께 했다.
옛 서베를린을 대표하던 합창단 리아스 실내합창단(왼쪽)과 구동독 고음악 연주의 선두주자였던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왼쪽 사진 가운데 손깍지 낀 사람이 이달 23, 24일 이 두 단체의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 저스틴 도일. 제이에스바흐 프로덕션 제공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