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완화 잇단 발언에 관련 ETF 하루 2조원 가까이 유입 이더리움-머스크 도지코인도 들썩 “묻지마 투자 나섰다 큰 손실 볼수도”
비트코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8만1000달러를 돌파했다. 11일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에서 한 직원이 시세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8만 달러를 넘기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이어 미 의회도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상화폐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가상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투기성 자금 유입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 비트코인, 사상 최초 8만1000달러 돌파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미국을 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가상자산 친화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또 가상화폐에 “매우 위험한 자산”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5월 미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T21)’은 가상자산 규제 권한을 SEC가 아니라 시장 친화적인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맡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5년간 최대 100만 개 사들이도록 하는 일명 ‘루미스 법안’ 역시 발의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영구적 국가 자산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급등 장세에 “시장 과열” 우려도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지적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가격이 트럼프 당선 효과로 크게 올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라며 “가상자산이 시장의 기대만큼 보여준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지나치게 오른 감이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이 오르면서 ‘상승장에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라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으로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는 상황이나, 가상자산별 성과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가격에 거품이 낀 상황에서 성급하게 투자하다 큰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