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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낸다” 트럼프 입 열자 중동·우크라 전황 더 격해졌다

입력 | 2024-11-12 20:59: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미국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전쟁, 가자전쟁)’을 신속하게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선 최근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에 상황을 조금이라도 자국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자국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최근 북한군을 포함해 병력 5만 명을 집결시키고 대대적인 탈환 작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 속에 영토를 한 치라도 더 확보해 두려는 취지로 보인다.

친(親)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까지 시사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 “러, 10~15분마다 쿠르스크 공격”

러시아 국방부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포격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 등은 11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최대 5만 명을 투입해 10~15분마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인 노보야 소로치나와 포그레브키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최신형 장갑차(BTR-82A) 15대를 투입해 돌진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참전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상하원을 통과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1일 이 조약에 대한 비준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약은 양국이 비준서를 교환하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양국이 북한군의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만간 ‘북한군 파병’을 공식 발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화한 뒤 쿠르스크 공격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이전에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해 종전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 전했다.

● 트럼프 등에 업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도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1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신임 국방장관은 “이란 핵 시설 보안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며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고려해 공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 의사도 드러내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식 표현)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철저히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보류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에 합의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태생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은 예외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1일 레바논 북부 아인 야쿠브 마을을 공습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을 우려한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 ‘방어 터널’을 건설 중이라고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