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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發 3조 대출폭탄 막아라…눈치보는 은행 vs 속타는 입주민

입력 | 2024-11-12 17:39:00

5대 은행 대출한도 9500억 불과…30~40년 대출만기 따져봐야
전세금으로도 잔금 불가…내년 3월까지 입주 미루나




1만2천32가구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 모습. 2024.10.28/뉴스1

‘1만 2032세대’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집단대출(잔금대출) 한도가 부족해 입주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최대 약 ‘3조 원’의 입주 관련 대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은행권이 제시한 총한도가 1조 원 아래로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별로 대출 만기가 달라 이에 따른 대출한도도 제각각이다. 입주 기한이 다른 신축 아파트보다 긴 4개월로 넉넉한 편이라 대출 한도가 복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으로 입주를 미루자는 분위기다.

5대 은행 9500억, 농협·새마을금고 틈새 공략…만기 따져봐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취급을 확정했다. IBK기업은행은 잔금대출 취급을 하기로는 했으나, 올해 혹은 내년 여부는 확정하지 못했다.

잔금대출은 신규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 주는 대출을 의미한다. 분양 아파트 시행사와 협약을 맺은 은행 중 금리 등을 고려해 차주가 직접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중도금대출과 달리 잔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차주의 소득, 부채, 주담대 최장 만기 등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다르다.

세부적으로 국민은행(4.8%, 3000억 원), 신한은행(4.78%, 1000억 원), 하나은행(4.641%, 3000억 원), 우리은행(500억 원, 미정), 농협은행(4.8%, 2000억 원) 등 9500억 원이다. 국민·하나은행은 취급을 시작했고, 우리·농협은행은 입주 예정일(27일)부터,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대출을 실행한다.

이외 단위 새마을금고, 농협 등 상호금융권은 4.4~4.55%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금리가 저렴하더라도 5대 은행과 한도는 다를 수 있다.

5대 은행은 가계대출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장 만기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하는 방침을 세우면서도, 잔금대출에 대해선 예외로 뒀다. 자칫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입주를 코앞에 둔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다음 주부터 잔금대출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대출 만기가 줄어들면 월마다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DSR 계산 시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현금 여력이 부족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비싼 금리인 5대 은행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의 새마을금고 중 어디서 대출을 일으켜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이외에도 2금융권은 개인 차주별 DSR이 50%가 적용되기 때문에 40%가 적용되는 1금융권보다 여유가 있다.

한편 금융당국이 이날부터 농협중앙회, 18일부터 새마을금고에 가계대출 취급 실태 현장점검에 나선다. 당분간 공격적인 영업에 차질이 생긴 점은 부담이다.

17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2024.10.17/뉴스1 

은행권, 올해 한도 증액 어려워…내년 증액 가능성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은행권은 올해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한도 증액은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5대 은행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약 5.5%를 넘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 812억 원인데, 이는 지난해 말 692조 4094억 원 대비 39조 6718억 원(5.72%)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이미 올해 총량을 초과한 은행은 비대면 창구를 닫거나, 지점별 한도를 크게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대한 한도도 작게 설정한 배경이다.

입주 예정자들이 받을 수 있는 총한도는 부족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국평(국민평형·전용 84㎡)의 분양가는 12~13억 원 수준이었고, 입주를 위한 잔금은 전체 분양가의 20%다. 여기에 취득세를 감안하면 약 3억 원이 필요하다.

이를 올림픽파크포레온 세대수에 대입하면 잔금대출 필요 한도는 약 3조 원인데, 단위 농협·새마을금고 등이 부족한 2조 원을 메우기는 어렵다. 잔금대출의 경우 입주 당시 감정가를 기반으로 평가해 분양 당시보다 감정가가 올랐더라도, 현금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대출이 필요하다. 한도는 감정가의 70%다.

일각에선 은행권 한도가 복원되는 내년으로 입주를 미루자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조합원의 경우 중도금대출 연체 이자가 입주 개시일로부터 발생하지만, 일반분양의 경우 입주 기한인 내년 3월 말 이후부터 발생해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도 연체 이자 발생 시점에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세금으로 잔금 불가능…입주 내년 미루나

은행권은 ‘조건부 전세대출’ 제도를 시행 중이기도 하다.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갭투자로 활용될 여지가 있을 시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전세를 놓고 임차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신축 아파트도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5대 은행 중 별도로 조건부 전세대출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잔금대출 한도도 부족하고, 전세대출까지 막히자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도 고민 중이다.

실제로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현재 전세 시장은 대출 조건이 강화되기 전인 지난 8월 전 완료해 놓거나, 내년까지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그 사이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를 지켜보거나, 내년 다시 은행권 대출 정책이 복원되는 쪽을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통상 아파트 입주 기간은 2∼3개월이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가구 수가 많아 입주 기간이 내년 3월 31일까지로 4개월로 긴 편이다. 이에 잔금을 치르기까지 여유는 있는 편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A 공인중개사는 “입주 기간이 끝나면 일반분양자에 대해서도 연체 이자가 나오는데, 그때야 급한 사람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조합원들도 연체 이자를 물면서도 버텨보는 것 같다”며 “잔금대출이 내년이 되면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고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