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등으로 외면받던 종신보험… ‘10년째에 환급’ 단기납 상품 인기 올들어 78만건 판매, 작년 넘을 듯 “회계상 이익 높이려 공격 판매” 지적… 금융당국, ‘해지율 설정’ 등 개입 나서
높은 보험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한동안 외면받아 온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 항목에 질병을 추가하고 환급률을 높이는 식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아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회계상 이익을 높이기 위해 종신보험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모은 까닭이 크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고객이 보험료를 5∼7년 동안 납입한 뒤, 가입한 지 10년째에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료의 최대 130%를 환급받는 상품이다.
금융권에서는 급증한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보험업계의 과당 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란 지적도 나온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회계상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환급률이 높은 보험상품으로 해지가 많은 편인데도, 보험사가 고객 해지율을 낮게 가정해 자사의 수익성을 높이려 했다는 얘기다.
생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엄연히 보장성 보험이고 저축성 보험이 아닌데, 판매 현장에서 저축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절판 마케팅’(판매 기한을 짧게 두는 영업 행위)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은 중도 해지 시 환급률 등을 가입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사태에 직접 개입한 만큼 보험업계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달 4일 개최된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더 많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공제되기 때문에 저축 목적으로 가입하려는 경우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 사항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