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나들이 다니기에 최적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고 등산 다니면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얼마 전엔 그렇게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출산과 일자리, 그리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한국은 ‘종전’ 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남한을 위험한 상태라 인지하고 있는데 직업군인들은 업을 떠나고 입대자는 줄어들어 군 병력이 쪼그라들고 있다니. 필자에겐 매우 위험하게 들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지인에 따르면 요즘 군대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자율성과 인권 존중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여성도 충분히 군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미 몇몇 정치인이 이와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고 공약을 걸고 있어서 지인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여성을 군 복무 의무 대상에 포함하면서 ‘엄마는 면제’하자는 그 아이디어가 정말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그날 참석한 또 다른 친구는 월 급여 100만 원 정도를 받는 프리랜서였는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연금에 가입해야 한다고 안내받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도 급여가 적어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벅찬데 국민연금까지 붓게 되면 더욱 빠듯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불경기가 심하다 보니 그런 걱정이 나올 법했다. 사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저출산이 심화하면 이런 불경기는 더욱 심해질지 모른다. 프리랜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이 앞서 직업군인 지인이 이야기한 ‘여성 군 의무 복무 및 엄마 면제안’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보육시설도 잘돼 있고 육아 관련 지원금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육아 인프라가 훌륭하다. 그런데도 한국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필자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런 상황이 매우 미스터리였지만, 이제 많은 것을 깨닫고 이해해 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가임기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생각은 매우 부정적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재산과 지위도 없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은 아이에게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 TV를 틀면 결혼은 지옥이자 위기라고 하고, 출산은 공포라고 한다. 개인이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도 많다. 이런 것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착화한 청년들의 인식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때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필자의 노후는 어떤 모습일지 매우 걱정된다. 나뿐 아니라 한국으로 귀화한 많은 외국인과 이민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