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사진도… 明 “일종의 교통비”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8 뉴스1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명태균 씨(54)가 김건희 여사에게서 돈봉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도 입수했다. 코바나컨텐츠는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 업체다. 검찰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담당자인 강혜경 씨로부터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금액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일종의 교통비를 받은 것이다. (금액이) 많다고 느껴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건넨 돈이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인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檢 “明, 尹부부와 친분 과시… 국회의원 같은 지위서 정치 활동”
정치자금법 위반 영장 적시
明측 “‘김영선 경선’ 이준석 문자 받고
尹에 부탁한다는 메시지 보내” 주장
明 “尹과 통화, 경천동지할 내용” 언급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피의자(명 씨)가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했다”며 “일반인이 정당의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득까지 취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까지 하며 정치 권력과 금권을 결합시켰다”며 “구속까지 할 필요가 없는 가벼운 사안이라 본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明측 “‘김영선 경선’ 이준석 문자 받고
尹에 부탁한다는 메시지 보내” 주장
明 “尹과 통화, 경천동지할 내용” 언급
● 檢 “明, 공공연히 증거인멸 말해”
검찰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김영선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강혜경을 통하여 김영선으로부터 7620만 원을 기부받았다”며 명 씨가 돈을 받은 과정과 액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김 전 의원이 강 씨 계좌로 돈을 이체하면 강 씨가 이를 인출해 현금으로 명 씨에게 전달한 과정도 담겼다.
명 씨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높다는 점도 적시됐다. 검찰은 “수사망이 좁혀 오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라거나 ‘다 불태우러 간다’고 말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것임을 공공연히 말했다”며 “언론을 통해 국민을 농락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넣고 다른 의혹은 담지 않았다.
● 明 측 “이준석 문자 받고 尹과 통화” 주장
이어 명 씨가 오전 10시 20분경 강 씨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비슷한 시점에 명 씨는 이 전 대표에게 “윤석열 대통령 전화가 왔다. 김영선을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明, 주변에 “경천동지할 내용 있어”
검찰은 명 씨로부터 “윤 대통령과의 통화는 2분가량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이제 갖고 있는 녹음파일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명 씨가 지난해 7월경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에서 다시 열어 본 기록을 명 씨가 쓰던 PC 포렌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 씨를 상대로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무슨 얘기를 더 나눴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명 씨는 최근에도 주변에 “(민주당이 공개한) 대통령과의 통화는 80%에 달하는 중간 내용이 잘려 있다. 거기에 경천동지할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씀할 것이 없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